육아휴직으로 알게 된 몇가지 불편사항
지금은 9시 등원 후 낮잠을 재우고 오후 간식까지 먹인 후 4시에 나오는 맞춤형 보육(1시간 바우처 사용)이 정착 단계다.
3월 4일에 첫 등원했으니 딱 한 달 만에 적응이 다 된 것 같다. 아니 봄봄이는 한 달 만에 자기가 울어도 아빠는 나갔다가 이따가 돌아온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포기했다.
한 달간 휴직하고 아이랑 시간을 보내면서 아빠가 아이를 케어하고 집안일을 하면서 불편했던 느낌을 좀 적어 보고자 한다.
1. 호칭 : 삼촌이라 불러 달라.
내 와이프를 ‘이모’라고 지칭하고, 그 옆의 나를 보고 ‘아저씨’라고 하는 건 이해한다. 이모부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니 어쩔 수 없이 아저씨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런데 나 혼자 아이 데리고 어린이집을 한 달 넘게 다니고 있고, 내 와이프과 그들 엄마들이 서로 아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아들과 같은 반 아이들은 자기 아이들한테 나를 ‘아저씨’라 지칭한다.
심지어 식당 아주머니한테도 기분 나쁘지 마시라고 이모님이라 불러 드리는 아저씨가 웬말인가…. 앞으로는 ‘삼촌’으로 불러 주시길….
2. 유아 휴게실 : 수유실로 표기하지 말아 달라.
어느 시설에 갔을 때, 아이 기저귀라도 갈려고 유아 휴게실을 찾으면 불편한 일이 생긴다. 이름이 ‘유아 휴게실’이 아니고 ‘수유실’이라고 되어 있는 경우, 안에 기저귀 교환시설이 있지만 이름부터 수유실이라서 이건 뭐 내가 거기 문 열고 들어가는 것부터 남들 눈에 여자 화장실 들어가는 변태처럼 보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여러명이 동시에 쓸 수 있지만, 누군가 내부 수유 구획에서 수유라도 하고 있으면 남자인 내가 같은 공간에 있는 데 불편할까 봐 내가 더 불편하다.
심지어 이런 이유 때문에 남자 출입을 금지하는 수유실이 있는 곳도 있다.
아빠가 데려온 아이는 기저귀도 갈지 말라는 거야.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라도 놔 주든가….
3. 그대의 단어 선택(번외)
어제 있었던 일이다.
평소 우리 아이는 엄마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늘 엄마한테 내달려서 나에게 오지 않는다. 저녁 먹고 와이프가 아이와 놀아 주는 중에 나는 설거지를 해야 한다. 아이랑 같이 밥 먹어 보면 알겠지만 바닥에 엄청난 것들이 널려 있게 된다. 그거 다 치우고 설거지하기에 앞서 잠깐 핸드폰을 보는데 와이프가 한마디 한다.
“내가 오면 여보는 육아 해방”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핏덩이 하나가 올라온다. 하지만 요즘 아이 덕분에 수양을 많이 했나 보다. 적당히 대꾸하고 그들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설거지를 시작한다.
설거지를 끝내고 자연스럽게 세탁기로 가서 빨래를 널었다(아직 건조기가 없다). 그녀를 바라보며 무언의 한마디를 던진다.
육아는 해방됐지만, 가사 독박 중이다.
물론 와이프가 아이 보고 내가 일했을 때, 내가 퇴근하고 아이를 맡으며 그녀를 육아에서 해방시켜 주지 못한 죄책감도 들었다.
별거 아닌데 거슬리는 말들이다. 남자든 여자든 집에서 애 보는 사람한테 이런 류의 말을 하려거든 잘 돌려서 말하자. 긴가 민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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